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동조합 간부 출신들의 수십억대 취업 사기 사건이 또 다시 터져 나와 지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있다.

더욱이 기아차 노조는 선명성을 앞세운 민주노총 소속으로 광주에 청년 일자리가 크게 부족한 현실에서 번듯한 직장을 얻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채용을 원하는 구직자들의 심정을 악용해 막대한 돈을 챙기는데다 수년째 이 같은 비리가 반복되고 있어 노조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고위 간부와 친분을 과시해 기아자동차 정규직 사원이나 사내 하청업체에 취직시켜주겠다고 속여 56명의 구직자들로부터 최고 8천만원을 수수하는 등 총 18억원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동조합 대의원 소모(41)씨와 하청업체 사원 김모(37)씨, 취업 알선 브로커 김모(6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A(여·35)씨 등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김씨는 기아차 광주공장에 파견돼 근무하며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피해자 39명에게 사내하청업체에 취업시켜줄 것처럼 속여 인당 1천500만원에서 4천700만원까지 총 1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기아차 광주공장 출입증을 보여주고 협력업체를 견학시켜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씨와 브로커 김모(62)씨는 “노조 경험과 회사 간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취업시켜줄 수 있다”며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피해자 17명에게 인당 500만∼8천만원씩 총 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소씨는 지난 2004년에도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취업 비리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김씨는 소씨에게 피해자들을 알선하고 1억3천여만원의 알선료를 받아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또 다른 구직자 29명으로부터 총 19억원을 편취한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광주공장지회 부지회장을 출신 황모(49)씨의 채용사기 혐의를 포착하고 수배령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자신이 노조 간부라는 사실을 이용해 기아차에 틀림없이 취업시켜 줄 수 있다고 속여 주변 지인들로부터 부탁받은 취업대상자들에게 적게는 3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5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황씨는 기아차 전·현직 조합원들에게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며, 전·현직 조합원들 역시 황씨에게 취업 희망자를 소개시켜 주고 별도로 소개비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통신·탐문수사 등 다각적인 추적활동을 벌이는 한편 황씨에게 피해자들을 소개시켜주고 알선비를 챙긴 전·현직 조합원 2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중이다. 황씨는 최근 회사에 무단결근하고 행방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가운데 실제로 기아자동차에 채용된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 이들의 채용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조사중이다. 하지만 채용된 직원들은 용의자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아자동차는 노조 간부들의 ‘채용 장사’가 십수년째 반복되고 있어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