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판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광범위하고 집요한 압박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광주지법 단독·배석판사들이 지난 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판사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6일 광주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판사회의는 광주지법 소속 단독판사 9명(전체 14명), 배석판사 28명(전체 30명) 등 37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에 참석한 판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이번 사안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게 바람직한지 여부와 함께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파일 410개 전체를 공개할지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초 회의를 마친 뒤, 입장을 표명하고 후속조치를 요구할 생각이었지만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회의를 중단했다. 논의 사항에 대한 찬반, 결의안 채택 여부 등은 추후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투표 개최 시기나 언제 추가로 회의를 열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7일에는 광주지법 부장판사 회의와 광주고법 판사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판사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충분한 논의를 더 하자는데 의견이 모여 최종 결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협상 전략을 모색하는 문건이 법원행정처 관계자 컴퓨터에서 나왔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말 대국민 사과에 이어 각계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에 대한 형사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장 담화 이후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잇따라 열려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오는 11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다.

한편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계기가 된 차성안 판사(41·연수원 35기)에 대한 양승태 사법부의 끈질긴 뒷조사 정황이 법원행정처가 추가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문건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