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5개 기초의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사전 내정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론이나 지역위원장 등의 의중에 따라 의장단을 대부분 선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같은 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

8일 광주 5개 기초의회 일부 의원 등에 따르면, 제8대 서구의회·광산구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단 선거 전 모임을 갖고, 전반기 의회를 이끌 지도부를 사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두 의회에서는 지난 5일 열린 임시회에서 사전 내정했던 의원들 대다수가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점했다.

김옥수 민주평화당 서구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당 의원들이 소수당과의 약속을 어기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다”며 “이들 역시 적폐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국강현 민중당 광산구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가 아닌 곳에서 자체 경선을 거쳐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을 뽑은 뒤 후보로 등록했다”며 “소수당 의원들은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투표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장·부의장 선출에 이어 기획총무위원장까지 민주당 의원이 독식했고, 운영위원장을 뽑기 전 정회를 요청했다. 후보 정견 발표를 거쳤지만 결과는 민주당 15, 소수당 2표였다. 짜여진 각본과 시나리오였고, 당론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음 회기 때 뽑을 예결위원장도 민주당 박모 의원으로 내정된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서구의회는 민주당 소속 의원 10명과 평화당 2명, 민중당 1명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광산구의회는 민주당 15명, 민중당 1명, 정의당 1명 등 17명이다.

동구·남구·북구의회 등 다른 기초의회도 사전 내정에 따른 선출이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구의회만 야당인 평화당 홍기월 의원을 운영위원장으로 선출해 구색을 맞췄을 뿐, 광주지역 5개 기초의회 지도부는 민주당이 싹쓸이한 상황이다.

남구의회 평화당 모 의원은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사전에 민주당 남구 지역위원회에서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직을 경선하고 약속했다. 쉽게 말해 다른 정당 의원들은 자격이 안 되는 정도다. 3개 상임위원장 직 모두 민주당 초선 의원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북구의회 평화당 한 의원도 “관례상 논의를 거쳐 북구 갑·을별로 지도부 몫을 나눴지만, 이번 원 구성 때는 경쟁 구도 없이 찬반 투표만 이뤄진 셈”이라며 “민주당이 헌 정치를 답습하면서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섰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의원들이 스스로 판단해 투표를 해야 하지만, 절대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횡포를 자행한 것”이라며 “민주당 일색의 지자체장, 기초의원 구도에서 의회가 견제 기능보다는 집행부에 종속되는 듯한 병폐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